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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 인터뷰

바둑의 즐거움을 온누리에, 바둑 두는 여자 프로기사 이다혜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 - 롤프 메르쿨레

자신의 일을 즐긴다는 말이 쉬운 말 같으면서도 참 어려운 말 같습니다. 
이번주 씨앗인터뷰는 바둑을 진정으로 즐길 줄 아는, 바둑의 프로를 만나보았습니다.

이 분의 소원은 바둑의 즐거움을 전 세계 모든 이들에게 알리는 것이라고 합니다.
바둑 두는 여자, 프로기사 이다혜씨입니다.

1. 현재 한국외대 일본어학과 휴학 중이신데요, 지금 따로 하고 계시는 일은 있으세요?
 
대학교 다닐 때 바둑 공부가 너무 하고 싶었어요. 그전에는 연구실 나가서 바둑 공부하는 게 당연했는데 대학교 입학하고 나니까 예전처럼 바둑공부하기가 쉽지 않아서 좀 속상했거든요.

요즘은 연구실 나가서 하고 싶은 만큼 바둑 공부하고 주말에는 바둑 보급하러 군부대에 찾아가기도 해요. 그밖에 중국어 자격시험 공부하고 취미로 피아노와 요가를 배우고 있어요. 물론 친구들과 맛있는 것 먹기도 하고 수다 떨기도 하구요.

2. 학력이 꽤 특이하던데, 중학교를 세 번이나 전학 간 이유가 있을까요?

처음에는 평범한 학생으로 입학해서 수업을 다 받았어요. 그런데 같이 바둑공부를 하는 또래의 친구들보다 바둑공부 할 수 있는 시간이 적고 또 무엇보다 바둑공부가 너무 하고 싶어서 특기생이면 수업을 줄여주는 다른 학교로 전학했어요.

그래도 바둑 공부할 시간이 부족한 것 같아서 결국 수업을 거의 면제해주다시피 하는 학교로 전학을 하게 되었던 거죠.
                     

3. 바둑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부모님의 반대는 없으셨나요?
 
아버지가 바둑을 굉장히 좋아하세요. 친구 분들과 바둑을 두시느라 밤늦게 들어오시고 주말에도 집에 안 계시는 경우가 많았죠. 그래서 어머니가 절 바둑학원에 보내셨어요. 저에게 바둑을 배우게 해서 아버지와 두게 하려 하셨던 거죠. 그 결과 아버지는 집에 일찍 들어오셔서 저와 바둑을 두게 되셨답니다. 
 
이렇게 시작한 바둑이 너무 좋아서 중학교 입학 할 즈음 부모님께 바둑프로기사가 되고 싶다고 말씀 드렸더니 부모님이 반대 하셨어요. 바둑기사는 되기까지의 과정이 너무 험난하다고, 그냥 평범한 직업을 가지면 안 되겠느냐고 하셨죠. 부모님 입장에서는 당연히 찬성하기 힘드셨겠죠.
 
하지만 전 정말 바둑공부가 미치도록 하고 싶었어요. 사실 이건 정말 비밀인데요, 중학교 2학년 때 부모님 몰래 약 한 달 동안 무단결석을 한 적이 있어요. 학교 갈 시간에 바둑 도장에 갔던 거죠. 학교에서 수업을 받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바둑공부 하는 게 몇 배는 즐거웠거든요.

이런 제 고집에 결국 부모님도 두 손 드셨고 전 바둑공부에만 매진해서 중학교 3학년 봄, 입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4. 저도 어렸을 적에 바둑을 조금 배웠는데, 수를 읽다보니까 암기력도 좋아지고 집중력도 생겼습니다. 이다혜씨가 말하는 바둑의 매력에 대해서 듣고 싶네요.
  
아 너무 많은데요. 음....... 우선 끝이 없다는 점일까요?
전 15년 동안 바둑을 공부해 왔는데요,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새롭고 실력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더 어렵다고 느껴져요. 

다소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바둑의 끝을 산 정상에 비유해 볼까 해요.
전 산의 중턱쯤까지 올라왔는데 높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예전에는 안 보였던 것들이 보이고, 이 앞에는 어떤 게 있을까 궁금해지는 거죠. 

그리고 정상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정상에 있는 건 혹시 신의 한 수?!)
    
두 번째는 답이 없고 변화가 무궁무진하다는 점이에요.
바둑은 대략 5000여 년 전에 중국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신선들이 실수로 인간 세상에 떨어트린 놀이라고 할 정도로 어려운 게임이죠. 컴퓨터는 인간을 상대로 바둑을 둬서 절대 이길 수가 없는데 그건 정해진 답이 없기 때문일 거예요. 바둑은 상황에 따라서 정답이 바뀌는 게임이니까요.

또 바둑은 변화가 정말 무궁무진해요. 지금까지 두어진 대국 중에서 똑같은 판이 한판도 없죠. 그래서 바둑판 앞에서 매번 새로운 마음으로 바둑을 둘 수 있는 것 같아요.
    
세 번째로는 인생과 닮은 점이에요.
바둑을 흔히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비유를 합니다. 한 판을 두더라도 喜怒哀樂을 느낄 수 있고, 요행을 바라면 안 되고 바른 마음으로 정도(正道)를 걸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인생과 흡사한 것 같아요. 한 수 한 수 둘 때마다 희비가 엇갈리는 것도 그렇고요. 아주 드라마틱한 게임이죠!

그 밖에도 너무너무 많은데 다 말씀 못 드리는 게 아쉽네요. 궁금하신 분은 연락 주세요.

5. 검토실에서는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보통 큰 대회가 열릴 때 검토실이 열립니다. 대국이 진행되고 있을 때는 대국자들의 다음 수를 찾거나 이미 두어진 수의 좋고 나쁨을 연구하구요, 대국이 끝난 후에는 오늘 둔 바둑을 전체적으로 검토합니다.

보통 패착, 완착을 찾는데요. 자신이 잘못둔수를 찾고 그 장면에서 최선의 수를 생각해 냄으로서 더 발전할 수 있는 거죠. 그래서 바둑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이랍니다.


6. 프로기사 분들의 승단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단이 낮은 분이 고단자를 이기는 경우도 종종 있던데, 실력 차이를 의미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승단은 승단 점수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승단점수는 대회 규모가 가장 큰 10개의 대회의 예선 첫판에서 회득하게 됩니다. 예선 첫판을 많이 이기면 이길수록 승단을 빨리 할 수 있겠죠?

예전에는 단위가 실력과 비례했는데 요즘은 갓 프로가 된 초단들의 실력이 굉장히 강해져서 9단과 둬도 누가 이길지 모릅니다.
즉 요즘은 단위 = 실력 이라는 등식이 성립하지 않는 거죠.

7. 최근 한국기원에서 국군장병들에게 바둑교실을 운영한다는 기사를 봤는데, 거기에 참여 하셨던데요. 어떤 취지로 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네요.

'바둑계의 저변확대를 위해서요'라고 대답하면 너무 딱딱한가요?
군인들이 군대에서 휴식시간에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다고 들었습니다. 시간을 의미 없이 흘려보내는 것보다는 바둑을 두면 스트레스도 풀 수 있고 친목도모에도 좋으니까요. 국군장병들은 재미있는 게임을 무료로 배울 수 있고 바둑계는 바둑 팬을 늘릴 수 있으니 서로 좋은 일이죠.

성인들은 이해력이 높아서 배우는 속도가 굉장히 빨라요. 가르쳐주면 바로 이해하고 응용까지 하니까 가르치는 보람이 크죠. 하나씩 배울 때마다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저도 기분이 좋아요.

8. 사실 바둑이 대중 스포츠라기보다는 좋아하는 사람들만이 즐겨하는 취미라는 인식이 대부분입니다. 비인기 종목이라서 겪어야했던 애로점이 있으셨는지?

얼마 전에 제가 바둑프로기사라고 하니까 처음 들어봤다면서 어떤 일을 하는 거냐고 물으셨어요. 워낙 프로기사 인원수가 적긴 하지만 그래도 알 사람은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때 좀 속상했죠. 전 제 직업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우리나라기사가 세계대회에서 우승을 해도 뉴스에 잘 안나오고, 신문1면에는 딱 한 줄 실리거나 할 때 좀 서운해요. 뭐든지 세계대회에서 우승 하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2010 광저우 아시안 게임에 바둑이 임시종목으로 채택되었습니다. 앞으로 바둑이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면 많은 메달을 획득할 수 있는 효자종목이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요.

내년 아시안게임에서 한국기사들이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응원해 주시고 앞으로 국민 여러분들이 바둑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면 좋겠어요. 


9. 바둑의 대중화가 하루 빨리 됐으면 하는 소망입니다. 바둑의 좋은 점에 대해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릴께요.
 
너무 많아서 밤을 새면서라도 다 말씀드리고 싶지만 가장 좋은 점 몇 가지만 말해 볼께요.(웃음)
   
첫째, 집중력이 좋아진다.
집중력이 좋으면 공부를 잘 하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죠. 흔히 바둑 두는 사람은 머리가 좋다는 인식이 있잖아요? 사실 머리 좋은 사람이 바둑을 두는 것이 아니라 바둑을 두면서 머리가 좋아지는 거예요.

실제로 경기도의 흥진초등학교는 바둑을 정규 과목으로 가르치기 시작하면서 학생들의 집중력이 좋아져서 인지 성적이 많이 올랐다고 해요. 또 얼마 전에 바둑을 두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죠. 이 사실을 전국의 학부모님들께 알려 드리고 싶어요!
   
둘째, 기억력이 향상된다.
바둑은 보통 200수에서 300수 사이에 끝나는데 프로기사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춘 사람이라면 바둑 한 판의 수순 즉 돌을 놓은 순서를 전부 기억할 수 있습니다. 믿기 힘들지만 본인이 몇 년 전에 둔 바둑 수순을 정확하게 기억하는 사람도 있죠. 이 비상한 기억력을 일상생활에 응용하면 엄청난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저는 바둑을 통해 향상된 기억력을 일본어와 중국어 단어 외울 때 사용하고 있어요.(笑)  아! 그리고 바둑을 두면 치매예방에 좋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답니다. 
   
셋째, 사고력이 좋아진다.
바둑은 한 수 한 수 본인이 생각해서 가장 좋은 곳을 선택하는 게임이에요. 본인이 논리적으로 납득할 수 있을만한 수를 두는 거죠. 좋은 수를 두기 위해서는 많은 생각이 필요하고 또 상대방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자연히 스스로 생각하는 습관이 들게 되고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힘이 생기는 거죠. (물론 머리에 쥐날 정도로 지나치게 생각해야 할 경우도 있지만요)
  
넷째,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바둑은 바둑판과 바둑알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라도 손쉽게 둘 수 있는데, 가족끼리 혹은 친구끼리 즐기기에도 더할 나위 없는 게임이죠. 할아버지와 손녀, 부부, 형제끼리 바둑을 둔다고 생각해 보세요. 요즘같이 가족간에 소통이 잘 안 되는 세상에 바둑은 분명 가족간에 가교 역할을 해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와 제 아버지가 그랬듯이 말이죠.
  
그 밖에도 너무너무 많은데 한 번에 다 말하면 아까우니까 참을께요.

10. 요즘 야구, 피겨 스케이팅 등 한국 스포츠가 세계적인 위상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 바둑은 지금 어느 수준인가요?
   
2년 전까지만 해도 망설임 없이 한국바둑이 세계최고라고 말할 수 있었는데 요즘은 단언할 수가 없네요. 중국바둑계가 국가에서 지원을 받아서 요 몇 년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오고 있거든요.

바둑대회는 보통 기업의 후원을 받아서 열리는데 최근 경제위기와 불황의 여파로 많은 대회들이 없어졌어요. 대회가 없어지면 기사들의 사기와 수입도 내려가고 전체적으로 바둑계가 침체되게 되죠.
   
그래도 아직은 한국바둑이 세계 최강입니다!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신다면 앞으로도 계속 한국바둑이 세계 최고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재주가 뛰어난 어린 기사들도 많으니까요. (참고로 제일 어린 기사는 93년생이랍니다.)

11. 대국을 보면 남성과 여성 프로기사가 경기를 하는 모습이 자주 보이는데, 다른 스포츠에서는 보기 드문 모습인 것 같습니다.
   
바둑은 남녀가 대등하게 경기를 하는 거의 유일한 스포츠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같은 대회에 같은 조건으로 참가를 할 수 있죠. 물론 비율 면에서 남자기사가 더 많고 성적도 좋은 편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여자 기사들의 실력이 향상되고 있습니다.

여자바둑기사에 대한 사회적 평판은 굉장히 좋은 편이고, 보급 활동에 있어서 다양한 방면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도 많은 편입니다. 특히 여자바둑기사는 희소성이 매우 높지요.

12. 신문에서 한국대회가 유난히 속기(速棋)가 유행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기도정신’이 팬 서비스 측면에서 묻혀버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 이 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바둑채널이 생긴 이후로 속기대회가 점차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바둑을 방송으로 보게 되면 팬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빨리 두는 바둑이 보기에 좀 더 재미나고 스릴 있기 때문이겠죠.

‘기도정신’이란 말은 예술적 관점에서 바둑을 보는 것에 가까운데, 바둑이 스포츠화 되어가고 있는 요즘에는 이기고 지는 것, 즉 승부에 더 많은 관점을 두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바둑만이 가지고 있는 깊이가 조금씩 사라져 가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도 있네요.
     

13. 최근에 온라인 게임이나 만화 등으로 바둑에 관심 있어 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바둑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에게 어떤 식으로 배우면 되는지 조언 좀 해주세요.
 
보통 바둑은 어릴 때 배우기 때문에 어린이들을 위한 학원시설은 잘 되어있는 편이에요. 그러나 성인들만을 위한 바둑교육시설은 미미해 저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성인이라면 왕 초보부터 어느 정도까지는 혼자 힘으로 배울 수 있어요. 인터넷 바둑 사이트에 들어가면 바둑강좌가 잘 되어 있고, 바둑채널에서 강좌프로그램을 시청 하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이죠.

혹은 주위에 바둑을 둘 줄 아는 사람에게 배우는 것도 훌륭한 방법이구요.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배우겠다는 의지가 아닐까요? 어렵다고 생각해서 배우지 않으면 평생 할 수 없게 되잖아요. 새로운 것을 배우는데 필요한건 용기와 의지라고 생각해요.

14. 프로기사는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따로 특별하게 배운 것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바둑학원에서 처음 바둑을 배우고 1년 정도 배운 후 좀 더 전문적인 바둑도장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 후 밥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하루 종일 바둑공부를 했습니다. 크리스마스에도 도장에 나가고 심지어 명절 때도 숙제 하느라 바빴죠.

고등학생 3학년의 생활과 거의 비슷하다고 보면 될 거에요. 그런 생활을 프로가 될 때까지 계속 하는 거죠. 하지만 내가 좋아서 공부하는 것이니까 괴롭지 않았어요. 오히려 즐겁다고 생각될 정도였죠. 심지어 밥 먹으면서도 바둑책을 볼 정도로 바둑에 푹 빠졌던 것 같아요.

15. 다른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프로기사를 직업으로 한다 하더라도 대회에서 우승을 하지 못하면 수익이 없는 것으로 아는데요, 경제적인 측면은 어떻게 해결하시는지?

물론 우승을 하면 거액의 상금을 받습니다만 그 밖에 거의 모든 프로바둑대회는 대국을 하면 대국료가 있습니다. 프로기사는 대회에 참가해서 바둑을 둘 때마다 돈을 받는 거죠. 그래서 많이 두면 많이 둘수록 대국료를 많이 받게 됩니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이 상위랭킹 선수와 하위랭킹 선수의 수입이 차이가 많이 납니다. 보통 토너먼트 기사와 보급기사로 나뉘는데요, 보급기사들은 바둑학원, 도장 혹은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다양한 곳에서 바둑을 가르치거나 바둑채널에서 바둑 해설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16. 닮고 싶은 기사분이 있다면 누가 있으세요?

존경하는 기사들은 굉장히 많습니다. 하지만 모든 면에서 닮고 싶은 기사는 없는 것 같아요. 완벽한 사람이란 없으니까요. 어떤 기사에게나 닮고 싶은 부분이 있는데 단지 그런 부분이 많고 적음이 다를 뿐인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이창호 사범님께는 항상 노력하고 겸손한 면을 닮고 싶구요, 이세돌 9단에게는 바둑판 앞에서의 집중력, 투지 같은 걸 닮고 싶어요.  

이런 사람들은 오오라 같은 것이 느껴지는 사람들인데 특히 바둑 둘 때는 마치 몸에서 빛이 나는 것 같아요! 저도 언젠가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웃음)   

17. 이다혜씨의 꿈은 무엇인지 듣고 싶습니다.

 
저에게서 바둑을 빼고 나면 과연 무엇을 남을까 생각해 본 적이 있어요. 상상이 가질 않더군요. 그 정도로 바둑은 제 인생에 있어서 가장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느껴요. 
  
전 바둑 두는 즐거움을 가능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바둑은 지구상에서 가장 어려운 놀이지만 룰은 간단하고, 그럼에도 깊이가 있는 아주 매력적인 놀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를 여행 하면서 만난 사람들에게 바둑판과 바둑알을 선물해주고 바둑을 배울 수 있는 방법 같은 것을 알려줄 수 있다면 바둑을 둘 줄 아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겠죠?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바둑을 두는 모습을 상상해 보면 그것만으로 행복한 기분이 들어요. 제 혼자 힘으로는 부족하겠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데까지 해 볼 거예요. 앞으로 지켜봐 주세요.

18. 이다혜씨가 이렇게 프로기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일찍 알고서 준비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꿈을 향해 준비하는 이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릴께요.

가슴 깊숙이 숨어 있는 자기 자신을 찾아서 자기 자신과 대화를 많이 하세요. 그러다보면 자신이 정말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를 알게 될 거에요. 그리고 그 일을 찾았으면 미칠 정도로 그 일에 몰두하세요. 전 그래야지만 무언가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살면서 무언가에 미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고 그 기회를 놓쳐버리면 평생 후회할지도 몰라요. 주위에서 뭐라고 하던 자신이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라면 자신을 믿고 그 일에 자신의 모든 걸 바쳐보세요. 너무 힘들어도 절대 포기하지 말아 주세요. 포기하면 그걸로 끝이니까요.
  
그렇게 노력하다보면 언젠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가 변할 겁니다. 
바로 자신에 의해서 말이죠.

:: 유니멘토 인터뷰팀 2009년 4월 7일자


 씨앗프로필

이름 : 이다혜
소속 : 한국기원 / 프로기사 3단
좌우명 : 자신이 믿는만큼 해낼 수 있다

 약력
   김원 6단 문하.
   1999년 제2회 삼성카드배 여류아마최강부 준우승, 전바협 유단자부 준우승.  
   2000년 : 입단. 
   2003년 : 제9기 여류프로국수전 본선.
   2004년 : 2단 승단 (6월).
   2005년 : 제7기 여류명인전 본선진출. 3단 승단 (5.12).
   2006년 : 제8기 여류명인전 준우승 (루이 9단) 
   2008년 : 제7회 정관장배 한국대표 선발 (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