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자녀가 가장 좋은 교육을 받기를 원한다면 훌륭한 학교보다 뛰어난 선생님을 만나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재단 파트너들에게 보낸 연례 편지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선생님 개혁’을 힘줘 강조했습니다.
결국 선생님의 자질·능력·열정이 한 사람이 인생을 바꿀 수 있습니다. 이번 씨앗 인터뷰는 오직 사람만이 희망이고 즐거움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교육이라는 큰 틀에서 학생들에게 큰 희망을 주고 싶다는 정대영 선생님을 만나봤습니다.
[키워드 1 - 학생들을 사랑하라]
1.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고등학교에서 국어와 문학을 가르친 교사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교육의 길을 가고 있고, 그 일에서 매일 보람을 얻고 있습니다. 이 일 속에서 오직 사람만이 희망이고 즐거움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습니다.
2. 인생의 전환점 중 한가지로 군대 생활을 뽑으셨는데, 어떤 점이 정대영씨를 변화시켰나요?
2년이 넘는 고립. 그 고립 속에서 제 자신과 대면하게 되었고,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품게 되었습니다.
저는 사람의 '성장'에 관심이 많습니다. 한 인간의 성장이란 우리가 흔히 갖고 있는 편견처럼 연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라 불연속적으로, 비약적으로 이루어지는 일이라고 믿습니다. 때로 누가 던진 한마디, 우연히 읽은 책, 어릴 때 품었던 이상.. 이런 것들이 어느날 갑자기 우리를 결단하게 하고 그러한 실천이 우리를 결국 성장하게 하는 것이 아닐까요.
병장 때 내무반장을 하였는데 내무실 하나가 비워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사실을 안 저는 어떻게 하면 그 내무실을 활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부대 내 도서관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끈질긴 대화와 시도 끝에 100만원 도서지원비를 받았고 부대 내에 도서관도 만들게 되었습니다.
3. 고 3때 진로가 바뀐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선생님이 되고 싶었나요?
종교적인 이유로 의술을 배우려고 했었습니다. 중학교 때 '허드슨 테일러'라는 전기를 읽고 선교사가 되고자 했었습니다. 아프리카 오지 등에서 일하면서 도전적인 일을 하고 싶었던 것이죠.
고 3때 글을 읽고 이해하는 것에 장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선생님이 되거나 작가를 하는 것으로 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죠. 그러다가 보다 현실적인 직업적 고민의 갈래에서 사범대학에 지원하게 되었고, 졸업 후 교사가 되었습니다.
4. 선생님이 되었을 때 대안학교와 인문계 학교 중 고민하셨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이고,인문계 학교로 간 이유가 무엇인가요?
꿈과 이상은 유효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부정적 인식이 강한 대안학교를 스스로 변화시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대안학교에 대해 생각도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대안학교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고, 제 스스로 더 강하게 알아보지 못했기에 인문계를 선택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교육의 본체인 인문계 고교의 현실을 체험하고 싶었습니다.
5. 자신만의 원칙을 갖는 것은 무척 중요합니다. 정대영씨도 선생님으로서의 원칙 두가지를 가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것은 무엇인가요?
1. 학생들을 사랑하라. 그들은 사랑받고 이해받기 위해서 태어났다.
2. 칭찬하기를 쉬지말라.
아주 조금의 가감없이, 실제로 교사의 말 한마디는 학생들의 진로, 즉 그들의 삶을 변화시킵니다. 전혀 과장이 아닙니다.
아이들 재능에 대한 칭찬은 그 학생을 살아나게 합니다. 그것은 교사가 가진 최고의 보람이며 특권입니다. 결국 저는 임용고사를 본 뒤 스스로 두 가지 원칙 아래 재미있고 도움이 되는 수업을 하려고 노력했던 것입니다.
6. 처음으로 학교에 부임되었을 때, 참 설레였을 것 같아요. 선생님으로 부임한 해 어떤 일들이 있었나요?
부임하는 날 무거운 책가방을 메고 아침 일찍 등교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저 아이들에게 웃음을 주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이들은 한 눈에 교사를 알아봅니다. 그 교사가 자신들에게 사랑을 줄 교사인지, 무관심으로 대할 교사인지 학생들은 첫 만남에서 직감합니다. 교사가 열정과 사랑을 가지고 있으면 아이들이 이것을 느낍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교사들에게 수업에 대한 관심과 피드백으로 보답합니다.
그러면 교사는 다시 자신의 장단점을 돌아보면서 더 나아지려는 노력을 하게 되죠. 일종의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겁니다. 부임한 첫 해를 잊을 수 없습니다. 문학 수업 시간에 인형극도 해보고 교육연극, 시낭송 등의 수업을 했었습니다.
성공도 하고 실패도 하면서 수업에 있어서 더 깊은 철학을 고민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수업을 통해서 제가 아이들을 가르쳤다기 보다는 아이들이 저에게 가르침을 주었다고 할 수 있죠.
7. 공교육 현실이 어렵다라고 언론에서 암울하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실제도 그렇습니까?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분명 공교육은 몇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문제의 본질은 '교육' 자체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사교육이든 공교육이든 인간을 가르친다는 일이 쉬울 수가 있을까요. 교육에 관한 수없이 많은 관점이 있는 것처럼, 어느 시대에나 당시의 교육을 비판적으로 보는 관점이 항상 존재해 왔습니다. 모든 문제의 핵심은 사람에게 달렸습니다.
8. 학교 수업이라고 하면 진도나 대학 보내기를 중점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대영 선생님의 경우 이에 대해 학생 위주의 수업을 어떻게 진행하셨나요?
학생 위주의 수업이다, 교사 위주의 수업이다라고 명확히 선을 긋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입니다. 항상 수업의 주체는 교사와 학생이고, 교사는 인도자 또는 조력자일 뿐입니다.
좋은 수업은 학생들이 스스로 사고하고 탐구하여 지식을 획득하는 일이지만, 그러한 과정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교사가 일정 부분 함께 참여하여 스스로 지식을 구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방향을 잡아주는 것입니다.
보통 ‘학생 중심의 수업’이라고 하면 학생의 활동과 참여를 이끌어 내는 수업을 말하는데 학생들의 무언가 활동을 한다는 것은 다시 말하면 한번이라도 더 스스로 생각해보고, 손을 움직이고, 자기 몸을 활용해서 생각을 진전시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가능하면 학생들이 교사의 설명을 듣는 데 국한시키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그려보고, 직접 써보고, 만들어보는 프로그램들을 계획했습니다. 예를 들면 소설 읽기 수업 시간에 등장 인물의 인형을 만들어서 한 편의 극으로 바꾸어 본다든지, 시 수업 시간에 한 명씩 낭송을 해보고 패러디 해보기 등을 진행했었는데,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9. 교사 부임 후 1년 뒤 전체 수업 계획을 세웠다고 하셨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교사는 1년이 아니라 평생의 수업 계획을 마음 속에 세워야 합니다. 교사가 자신만의 교육철학없이 가르치는 것이야말로 위험한 것이 없을 것이란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실제적인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높은 이상과 현실을 고려한 유연한 철학을 가지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죠. 그리고 초임 교사의 경우 너무 바쁜 학교 생활에 적응하느라 첫 해는 계획성있는 수업을 진행하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한 해가 지난 뒤 자기 스스로 교육과정을 세우는 작업을 했던 것입니다.
[키워드 2 - 선생님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지금부터는 예비 교사를 꿈꾸는 선생님들의 조언들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10. 임용고사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국가에서 마련한 교육과정을 이해하고 가르칠 수 있는 교사를 국가에서 임용하기 위하여 고사를 치르는 것을 임용고사라고 합니다.
국가 교육과정의 큰 틀을 교사에게 알려주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얼마전에 바뀌어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1차 시험은 1교시 교육학, 2교시 전공시험을 치르고 모두 객관식이며 총선발인원의 2배수를 뽑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차시험은 1차시험 합격자 발표후 대략 한달 뒤에 수업실습과 면접으로 점수를 가산하여 최종 선발자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경쟁률의 경우 해마다 다르며 해당 교육청에서 그 해의 정년퇴직 인원과 신규 증설 학교의 부족분을 산정하여 임용고사 한 달전쯤에 홈페이지에 게시를 합니다. 매해 다르기때문에 평균적인 수치를 제시하기는 힘듭니다.
11. 정대영씨는 언제부터 임용고사 공부를 시작했고, 어떤 방식으로 공부하셨나요? 지금도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졸업 학년인 4학년부터 준비를 했습니다. 인터넷 강의와 함께 족보를 많이 구해보았고, 과에서 스터디를 구성하여 공부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인터넷 강의는 크게 의존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많은 학생들이 정보도 없고 불안하여 인강을 여러개 듣기도 하는데, 임용고사는 '지식'위주의 시험이 아니므로 인강에 너무 의존하는 것도 좋은 학습방법은 아닙니다.
자기만의 주체적인 학습계획을 세우고 다양한 자료를 섭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가 공부한 내용의 핵심을 정리한 ‘요약노트’는 필수입니다. 사실 모든 입시가 그러하듯 한 권의 노트에 자기 지식을 정리해 보는 ‘단권화’는 공부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12. 요약 노트가 비법이라고 볼 수 있네요. 많은 대학생들이 가장 편하고 안정된 직장이 교사라고 생각하고 지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선생님 생활은 어떻고, 선생님이 되는데 있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편하고 안정된 직장이라는 건 참으로 환상적인 개념입니다. 아직도 이 시대에 철밥그릇을 바라는 사람들이 있기는 합니다. 분명 그런 의미에서 교사는 가장 안정적인 직업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오직 그런 것 때문에 교사라는 직업을 선택한다면 그 교사는 매너리즘 교사가 될 위험을 안고 진입하는 셈입니다.
실제 교사의 생활은 매우 바쁘고 많은 체력을 필요로 합니다. 무엇보다 인간에 대한 끊임없는 신뢰가 없다면 그의 하루하루는 무기력에 허덕일 것입니다.
매일 아이들 수백 명과 동료교사 수십명을 상대해야하는 대인 직업입니다. 사람에 대한 쉼없는 관심과 열정이 있는 교사만이 훌륭한 가르침을 베풀 수 있는 선생님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13. 선생님으로서 보람을 언제 가장 많이 느끼고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무엇이었나요?
아이들이 내 말 한마디 한마디를 잊지 않고 변해가는 모습들을 볼 때 힘이 납니다. 보충수업이 끝나고 석식 시간이었지요. 저는 그 날 야간 자율 학습 시간에 진행되는 심화수업이 있어서 늦게 까지 교무실에 남아 교재를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한 여학생이 찾아와 편지를 주더군요. 표정이 어두웠어요. 무슨 고민이 있는가보다 했죠. 나중에 열어보니, 자기 성격에 대한 고민이 대단했어요. 누군가의 부탁을 거절도 못하고 조별 활동에서도 자신이 모든 걸 떠맡는 성격이 학생이었지요. 부당한 부탁이라면 거절하는 것도 용기이잖아요.
그런데 그 학생은 자신의 그런 모습을 알면서도 잘 못하겠다고 하더군요. 게다가 그런 사람일수록 자기 자신에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편인데, 그 학생은 자신이 설정한 그 날의 학습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면 자괴감에 빠져 자신을 자학하고 힘들어 하는 친구였어요.
모든 상황이 상상이 되었고 충분히 이해가 되었어요. 그래서 하루는 교무실에 불러 상담을 하였어요. 자기 자신을 아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고. 그리고 자신의 그런 성격을 잘 알고 있느냐고..
모든 교사는 영혼의 상담자여야만 해요. 저는 완전히 그 학생을 이해하려고 저를 비웠고, 그날 상담을 통해서 그 학생의 어린시절과 좋은 추억, 불행한 추억들을 알게 되었어요. 그 다음날 저는 쪽지를 써주었어요. 쪽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어요.
‘너는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사람이고, 무엇을 하건 하지 않건 너의 자유야. 이 세상에서 어떤 일이 벌어져도 네가 소중한 사람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작은 쪽지에 저는 교사로서의 모든 애정과 진정성을 담아 조용히 그 학생에게 건네주었어요.
몇 달 뒤, 표정이 아주 밝아진 그 학생이 찾아와서는 선생님의 말씀이 너무나 힘이 되었다고 말하더군요. 그 날 이후로 등굣길의 버스안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하교길에서 자꾸 선생님의 그 말씀이 떠올라서 미소가 머금어졌다구요. 그리고 살아가는 용기를 내게 되었다고 했어요. 그 때 저는 더욱 절실히 깨닫게 되었어요. 교사의 말 한마디는 영혼을 바로 세우고 새로운 길을 열어 보여준다고.
좀 더 넓게 보면, 사실 이 경험은 우리 모두에게 해당된다고 생각해요. 교사만이 한 마디 말에 그러한 힘과 권위를 가진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는 사람을 살릴 수도, 처참한 패배에 빠뜨릴 수도 있는 말의 힘을 가진 것이라고 굳게 믿어요.
[키워드 3- 꿈을 만들어가는 교육자 정대영]
14. 지금 기존의 언어영역 문제집을 탈피한 참고서를 집필하고 계신데, 어떤 계기로 집필을 하게 되었고 어떤 내용들이 실리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교사가 되면서 느꼈던 것 중 가장 큰 것은 선생님이 진실하면 학생들도 진실하다는 것입니다. 많은 학생들이 언어영역에 대해 어떻게 공부하는지 모르고 있다는 것을 학생들을 대하면서 깨닫게 되었습니다.
학생들에게 치열한 답을 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집을 풀어라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공부하고 연구해왔던 것들의 노하우를 책 한권에 담고 싶습니다.
아직은 기획 단계이고 편집자 분과 논의중인지라 그 체제와 구성도 확정된 것은 없습니다. 우선 제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기존의 언어영역 참고서의 형식적 틀을 깨려고 합니다.
다만 문제를 위한 문제가 아니라 그 모든 문제 하나하나가 유기적으로 짜임새를 갖추는 참고서를 만들고 싶네요.
15. 정대영씨의 독서스타일은 어떻게 되나요?
제가 엄청난 독서가가 아니므로 독서에 대해 말한다는 것이 매우 주제넘은 짓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저에 한정지어 얘기한다면, 저는 관심영역을 정하고 가능한 핵심적인 서적을 추려냅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책의 목차를 보고, 저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읽으면서 더 읽어야할 부분으로 확대해 나가는 방법을 취합니다.
그런 연후에 그 서적들을 통독하기를 2번정도 하고, 3번째에는 노트에 핵심사항들을 요약하여 차후에 참고합니다. 물론 고전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정독을 하는 것이 꼭 필요하겠죠.
16.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제가 힘들 때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는 많은 위로와 안식이 되었습니다. 사람의 일이 모두 그렇다고 생각해요. 일상에 지쳐 집으로 돌아가는 언덕길, 노을이 지는 황혼, 자신이 세상에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회의가 몰려오는 밤.
그런 때 우리의 영혼에 스며드는 생각들. 우린 그런 수많은 감정의 편린과 언어의 스며듬 속에서 내일의 일을 계획하죠. ‘예언자’의 사랑에 관한 한 구절을 소개해 볼게요.
사랑이 그대들을 손짓해 부르거든 그를 따르십시오.
비록 그의 길이 힘들고 가파를지라도.
사랑의 날개가 그대들을 감싸안으면 그에게 몸을 맡기십시오.
비록 그 날개 속에 숨겨진 칼이 그대들에게 상처를 입힐지라도.
사랑이 그대들에게 말하면 그를 믿으십시오.
비록 그의 목소리가 북풍이 정원을 휩쓸어 폐허로 만들 듯
그대들의 꿈을 산산이 부숴버릴지라도.
사랑은 그대들에게 왕관을 씌워주지만
고통의 가시관을 씌우기도 합니다.
사랑은 그대들을 자라게 하지만
그대들의 가지를 쳐내기도 합니다.
사랑은 그대들의 꼭대기로 올라가
햇살을 받으며 하늘거리는
그대들의 가장 연한 가지를 어루만져주지만,
그대들의 가장 깊은 곳으로 내려가
뽑힐 정도로 뿌리를 흔들어대기도 합니다.
사랑에 관한 더 많은 응답이 있는데, 여기까지만 소개할게요. ‘예언자’는 우리가 궁금해 하는 것들에 대하여 놀라운 비유와 감미로운 언어로 암시를 줍니다. 그 비유는 준비된 자에게 촉촉한 단비가 될 것이라고 믿어요.
저는 이 책을 멀리 여행할 때 가지고 다니면서 그 구절 하나하나를 음미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17. 정대영씨를 보면 '몽상가답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꿈을 꾼다는 의미에서 몽상가라고 하신다면 저로서는 감사한 생각이 듭니다. 30대 100억 만들기.. 이런 것들이 꿈이 될 수 있을까요? 실제로 제가 가르치다보면 이런 류의 꿈을 가진 학생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자신의 꿈과 이상이 어떻게 돈으로 측량될 수 있을까요?
모든 사람들은 몽상을 해야 합니다. 꿈을 꾸어야 합니다. 여기서 꿈을 꾼다는 건, 뭔가 흔들리지 않는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떠올릴 때마다 희미하게 웃음을 지으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당신의 이상, 원대한 목표라는 것은 늘 변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다가가면 저만치 멀어져 있다는 말입니다. 그 이상과 꿈을 계속해서 재설정하라는 의미, 그것을 음미하고 생각하고 행동하라는 의미, 그것이 꿈을 꾼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요.
18. 치열한 지식 욕구가 대단하시네요. 지식의 통섭을 추구하시는데, 앞으로 어떤 공부를 더 하고 싶은 건가요?
좀 더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인간의 활동을 표현과 이해의 두 측면으로 나눈다면 그 두 부분 모두에서 치열한 노력과 쉼없는 열정이 필요한 것이겠지요.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나이를 먹는다는 건 더 많은 경험이 축적되는 걸 의미하겠지요. 그러면 경험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지혜로운 사람이 될까요? 모든 노인은 다 지혜로운가요? 참 대답하기 어려운 문제이기는 합니다.
이해 측면에서는 ‘인간에 대한 더욱 값진 경험’들을 더욱 많이 쌓아나가야 하겠지요. 자기 직업에서의 현장경험과 독서, 또한 자기 경험에 대한 성찰을 통해 자신의 사유를 질적으로 향상시켜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표현 측면에서 저는 더 많은 언어를 습득하고 싶습니다. 그 나라의 언어로 쓰여진 문학을 통해서요.. 그래서 현재도 영어 공부를 계속하고 있고, 영문학을 깊이 있게 읽어나가려고 합니다. 그 외에 아주 약간의 프랑스어와 중국어에 대한 기초가 있어서 그 곳으로 몇 년후에 유학을 다녀오고픈 소망도 있고요.
올바르게 이해하고 올바르게 표현한다면 지혜에 더 가까워지는 것 아닐까요.
19. 정대영씨의 꿈은 무엇인가요?
저의 꿈은 매일 나를 비우며, 매일 지혜를 향해 한 발 내딛는 것입니다. ‘나의 꿈은 무엇이다’라고 뚜렷이 말할 수 있다면 그건 참 행복한 일일것입니다.
그러나 꿈을 언어로 확정지을 수 있다면 그것만큼 비극도 없겠지요. 왜냐하면 그 꿈은 규정되는 순간 의미로 닫힌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더 성장할 수도 더 큰 가능성도 내포하지 못한 꿈이라면 그것이야말로 비극적인 것이 아닐까요.
그러므로 꿈은 열려 있어야 합니다. 제 말에 동의하시나요? 그렇다면 내 꿈은 무엇무엇이다라고 적는 것은 참으로 조심스러운 일이 되어야 합니다. 꿈은 언제나 진행형이며 더 크게 열려 있으므로 마음 속에서 간직하는 일이야말로 좋은 꿈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 중에 종종 제 꿈은 30대에 100억 벌어서 노후를 편안히 보내는 것이라고 답변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정말 그런 학생들이 많다는 걸 발견했을 땐 슬픔이 밀려오는 것을 느낍니다. 그런 것은 꿈이 아닙니다. 꿈은 돈의 가치로 치환될 수 없는 것이니까요. 우리가 우리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가치를 매기지 않듯이 우리의 꿈을 어떤 가치로 치환하려고 하는 것은 슬픈 일입니다.
제 꿈을 얘기한다는 게 결국 여기까지 와 버렸네요. 저의 꿈이 어디쯤에 있는가를 물어주시는 게 더 좋을 듯 합니다. 저의 꿈은 교육이라는 영역에 있고, 그 영역은 세계와 맞닿아 있습니다. 교육이라는 큰 틀을 만들면서도 춥고, 배고프고, 사랑에 굶주린 학생들 하나하나를 잃지 않는 그러한 활동에 저의 꿈이 가 있습니다.
20. 후배들에게 희망의 메시지 부탁드립니다.
자신과 대면하십시오.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어렴풋이 예감하는 당신은, 그 어떤 풍파도 경제적 어려움도, 사람들의 비방과 당신 스스로의 외로움도 당신을 흔들지 못할 것입니다.
21.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말해주세요.
불완전한 언어를 가지고 제 자신의 생각을 확정된 그 무엇으로 글을 남긴다는 것이 지금으로선 많이 힘드네요. 좀 더 시간이 흐른 후에는 여러분이나 저나 더욱 성장한 모습으로 만나게 될 것을 기대합니다.
:: 유니멘토 인터뷰팀 2009년 4월 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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