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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 인터뷰

그림을 사랑하는 남자 간호대생, 꿈 있는 자유인 정석우

 

남자 간호사라는 직업 들어보셨나요?
'남자가 무슨 간호사야?' 라고 여기는 분이 많으실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길에 가능성을 발견한 멋진 청년이 있다고 해서 만나보았습니다.
예술을 사랑하며 지금 이 순간이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라고 말하는 청년, 정석우씨를 소개합니다.


1.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꿈이 있는 자유’가 되고 싶은 23살 청년 정석우라고 합니다.



2. 현재 간호학과 재학 중이신데, 남들에게 왜 들어갔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을 것 같아요.

고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였어요. 저는 남고를 나왔는데 그 때 학교 입구에 걸려있던 서울대학교 합격자 이름의 플랜카드 중 간호대학에 제가 알던 선배 이름이 들어있는걸 발견하고는 그 때 처음 관심을 가졌었습니다. 처음 보았을 당시에는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원래는 꿈이 의대에 진학하는 것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잘 되지 않았죠. 수시모집으로 간호대학은 합격해있었던 상태였는데 문득 저보다 일년 먼저 가 있던 그 선배를 떠올렸고 무엇보다도 부모님의 적극적인 지지가 힘이 되었습니다. 오히려 부모님의 추천에 의해 간호학과를 최종 선택한 것 같습니다.

이러한 외부의 영향이 컸던 것도 사실이지만 무엇보다도 제 자신의 확신이 없었다면 결국엔 가지 못하였겠죠.

여의사도 있는데 남자간호사 한다는 게 뭐 이상한 것인가 하는 사소한 의문에서 시작하여 여성이 대다수인 집단에서 남성이 가질 수 희소성의 가치, 남자로서 간호학에서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고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마지막으로 저의 성별여부를 떠나 간호학 그 자체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보았을 때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많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겨서 오게 되었습니다.


3. 예술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미술 동아리 활동도 하셨다구요.

네 맞아요. 사실 학교 내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동아리에서도 조금이지만 활동했을 때가 있었는데 끈기 부족과 실력의 부족으로 제가 포기했죠.

지금이라도 악기를 하나 정말 잘 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대신 클래식을 듣고 감상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무척 즐기는 편입니다. 그 밖에도 뉴에이지, 재즈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도 좋아해요.

미술도 좋아합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다녔던 학원 근처에 있었던 한 갤러리 덕분에 지금처럼 미술을 좋아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오며 가며 가끔씩 혼자 감상을 하고 다녔었어요.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 미친 듯이 미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동아리에 가입하게 되었죠. 비록 아마추어이긴 하지만 동아리에서 전시회도 준비하고 제 감성을 풍부하게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3학년 때부터는 바쁘다는 핑계와 캠퍼스가 멀리 있다는 이유로 활동을 못하고 있네요.

4. 전시회 준비하면서 일어난 에피소드도 많을 것 같습니다.

신기하게도 전시회 당시에 유독 눈길을 끌거나 최소한 어느 한 개인에게라도 극찬을 받은 작품이 제 작품이었던 거 같아요. 첫 전시회에서는 제 작품이 마음에 든다며 사고 싶을 정도라고 조금 과장해서 칭찬했던 사람도 있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일은 한지에 붓으로 그린 그림을 검은색 하드보드지에 붙이는 작업이었습니다. 사정상 제 그림은 붙이지 못하고 판넬만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작품 제목이 ‘욕심’이었어요.

너무나도 추상적인 작품이 되어버렸죠. 의도와는 다르게 새로운 작품이 탄생했던 거에요. 사람들이 그 앞에서 작품의 뜻을 파악하고자 오랜 시간을 보내더라고요.

그런 모습이 사실 우습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했죠. 역시 꿈보다는 해몽이라고 작품의 해석은 감상자 몫인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5.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렇다고 해도 전시회에 작품을 낼 정도면 남다른 감수성과 표현력을 갖고 있어야 할 것 같아요.

감수성이 풍부한 편이라고 생각해요. 어렸을 적부터 부모님이 이곳 저곳에 많이 데리고 다니셨죠. 제 어린 시절은 자연친화적이었다고나 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산과 들을 돌아다니면서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꼈었어요. 그러한 경험이 제 감수성을 풍부하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자연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닌가 싶습니다.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이 그걸 모른 체 살아가고 있지만요. 너무 이른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제 자녀들에게는 제가 그랬던 것처럼 이곳 저곳 많은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어요. 특히 산과 들과 바다 등 자연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게 말이죠.


6. 여행 경험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는 어디였나요?

학교에서 실시하는 사회봉사라는 과목을 통해서 해외봉사로 인도 켈커타에 다녀온 적이 있어요. 여행이라고 표현하면 봉사활동의 의미에 충실하지 않았다고 비판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봉사활동 12일에 2일간의 자유활동이 있었죠.

제 인생관에 비추어 보았을 때는 봉사활동은 일종의 재미있는 여행이었어요. 제 3세계의 현실을 직면할 수 있었던 기회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그곳의 SHIS(Southern Health Improvement Samity)라는 기관에서 실시하던 아동교육과 보건의료사업 등을 지켜보며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얼마 전에 ‘슬럼독 밀리어네어’라는 영화를 보았는데 그 때가 막 생각나더라고요. 인도라는 나라의 성장 그 이면과 인도 국민들의 시간개념, 생활양식 등 한국과는 너무나도 다르게 시간이 흘러가는 듯한 느낌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말은 잘 통하지 않지만 서로 웃을 수 있었던 인도의 어린 학생들과 함께하며 또한 같은 대학교 내 다른 학문을 전공하는 학생들과 서로간의 다양한 생각을 나누며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었기에 더없이 좋았지 않나 싶습니다.


7. 좋아하는 예술가로 에곤 쉴레를 뽑으셨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을까요?

제 취향과 맞다고나 할까요. 에곤 쉴레 같은 경우 에로티시즘 성향이 강한데 그렇다고 해서 제가 에로티시즘 성향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에곤 쉴레의 자화상을 저는 정말 좋아해요. 모든 화가의 자화상을 본 적은 없지만 제 생각엔 세상에서 제일 자화상을 잘 그리는 화가는 에곤 쉴레 일거라고 생각합니다. 본인의 개성과 개인에 대한 정확한 관찰, 표현이 두드러지는 그림들 일색이죠. 화풍의 굵고 거친 선들, 강렬한 편에 속하는 색채감 등은 제 취향과도 잘 맞아 떨어지는 것 같아요.

또한 그가 가진 생각이나 가치관 역시 마음에 들더라고요. “나는 나의 훌륭함이 마음에 듭니다.”라고 말했던 그의 자신감이 정말 맘에 들었어요. 그림이 제 취향에 맞았던 이유 중 하나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에곤 쉴레를 먼저 안 것이 아니라 쉴레의 그림에 먼저 반하고 나중에 화가를 알게 되었는데, 그 점이 에곤 쉴레를 더 좋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8. 클림트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지, 에곤 쉴레의 작품에는 구설수에 오를만한 작품들이 많이 있습니다. 예술과 외설의 차이에 대해서 어떤 의견이신지 듣고 싶습니다.

차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본인 해석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공개적인 장소에서 성행위를 하는 퍼포먼스 예술도 있지 않을까요? 이미 누군가 했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예술과 외설의 정확한 기준을 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결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논쟁은 시대의 흐름에 따른 상대적인 속성이 강합니다. 과거에는 명백한 외설에 해당했을 일이 지금은 사회적으로 공공연하게 허용되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지금은 외설일지라도 미래에는 외설이 아닐 가능성 역시 충분합니다.

개인이 가진 가치관과 철학을 저는 매우 중요시하고 존중합니다. 본인의 criteria가 확고하고 그 신념을 지지하는 근거가 건강하고 굳건하다면 저는 그 어떠한 예술적 행위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일에 있어서 철학은 그 근본이 될 것인데 특히 예술의 경우에는, 자칫 표현적 기법에만 치중할 수 있는 위험 또는 그러하다는 오해를 받을 소지가 다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외설이냐 예술이냐를 구분하는 기준은 작가의 철학과 의중이지 일반 대중이나 저의 낯뜨거움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9. 인생의 터닝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시기가 있었다면 언제였을까요?

지금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실 질문을 받고 답변을 위해 언제였는지를 따지는 저의 태도에 대해서 깊이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삶의 매 순간 순간이 터닝 포인트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우리는 그 기회를 놓치고 살죠.

흔히들 매너리즘에 빠진다고 얘기하는데 제 눈에는 인간이면 누구나 매너리즘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본인이 매너리즘에 빠졌다고 얘기할 때는, 정확히는 내가 지금 우울해서 모든 일에 흥미가 안 생긴다고 표현하는 것이 낫겠죠. 저 역시 지금의 이 질문을 받고 그것에 답변하는 것에 매우 감사함을 느낍니다. 신선한 자극이 되었거든요.

안일하게 살았던 제 자신에 대해 반성하게 되고 그것을 수정하고자 다짐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앞에서 말했듯 삶의 매 순간 순간이 터닝 포인트일 수 있기 때문에 제가 기억하는 것과 기억하지 못하는 터닝 포인트가 정말 많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터닝 포인트는 제가 아는 한 선배가 미국 아이비리그 유수대학의 medical illustrator로서 석사과정입학에 합격한 사실입니다. 무엇보다도 같은 과 선배였고, 간호대 재학 중일 때의 학생으로서 가질 수 있는 일반적인 활동 범위(전공관련 분야에만 제한된 시간적, 공간적 생활영역)와 간호대 학생이라면 누구나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졸업 후의 진로를 잘 알고 있는 저로서는 마냥 부러우면서도 존경스러웠습니다.

병원에서 간호사로서 지내면서도 학업의 끈을 놓지 않았고, 복잡한 유학 준비 절차였지만 그것도 누구에게 의지하지 않은 채 스스로 해 내었던 점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제가 인상 깊고 감명 받았던 것은 정말 ‘꿈이 있는 자유’를 실천한 근래에 보기 드문 사람이었다는 점입니다. 평소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던 저였기에 본인의 특기와 적성, 그리고 대학 4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하여 얻은 전문 지식을 모두 조화시킨 꿈을 그 선배는 이루어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본인 스스로가 즐거움과 만족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은 두 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너 자신을 알라’라고 말한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사람이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안다는 것은 참 어렵다는 생각을 합니다. 우선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을 알아내는 것부터가 어렵지요. 그런 점에서 그 분은 자신에 대해 정말 깊은 성찰을 하였고 일말의 해답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저의 감동의 여운이 제가 조금이나마 삶의 변화를 일으켰다고 생각됩니다. 매너리즘에 벗어나 이제는 좀 더 공부를 열심히 할 동기가 다시 생겼고, 또 시험기간에는 전에 비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지는 정말로 장기간에 걸쳐 두고 보아야 할 일이겠죠. 터닝 포인트가 되었으면 합니다.

하나의 곡선이 생기기 위해서는 정말 미묘한 기울기의 정도 차이를 갖고 있는 무수히 많은 직선들이 필요합니다. 변화를 결심한 뒤라도 삶에서 그 변화를 느끼지 못할 수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그것 때문에 저는 또 더딘 변화에 답답함을 못 이겨 그만 놓아버릴 수도 있음을 경계하려 합니다. 먼 훗날에, 뒤돌아보았을 때 크게 돌든 더 작게 돌든 간에 굽이쳐 있는 제 인생의 곡선을 보며 그 때가 나의 인생 포인트였구나 하면서 만족할 수 있는 그 날이 오기를 기대하고 그것을 위해 순간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10. 나만의 꿈이 있다면 무엇인지 듣고 싶습니다.

우리나라 정신 보건법과 교육법 개정을 통한 장애인 아동 교육에 이바지 하는 것이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the ultimate end of life)죠, 그를 위한 중간 목적(purpose)으로서는 국내 병원에서 임상간호사로서의 몇 년의 경력, 미국에서의 유학생활을 통한 박사학위 취득, 교수로서 국내외 학계에서의 학문적 성과 등이 있습니다.

‘배워서 남주자’라는 누군가의 좌우명처럼 저 역시 저의 인생의 성과물이 조금이나마 공공의 선으로 끝맺음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전에는 제 자신의 명예를 위한 학문적 성과의 욕심이 가득했던 게 사실입니다. 양명후세에만 관심이 있었죠. 최대한 높게 그리고 가능한 한 빨리라는 생각에 사로잡혀있던 욕심 많던 저 자신에 대해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이를 돌아볼 수 있었던 계기는 말하자면 길지만, 양명후세에 앞서 입신행도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 최근의 저의 뉘우침입니다. 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그리고 묵묵히 저의 길을 간다면 제가 원하는 조그마한 공공의 선의 화답은 가능하지 않을까 싶네요.

제가 왜 저런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를 세웠는지를 말하기엔 답변이 너무 길어서 인터뷰가 연재될지 모르겠네요. 굳이 궁금하신 분이 계시다면 연락주세요. 친절하게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간단한 답변을 드리자면 우리나라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얼마나 심한지 그리고 그들이 얼마나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를 생각해봤던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11. 본인의 자화상을 그린다면 어떤 모습으로 그리고 싶으세요?

에곤 쉴레의 자신감, 뭉크의 불안함이 섞여 있는 모습이랄까요? 자화상을 그린다면 어떤 모습을 지향한다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제 모습을 그리고 싶어요.

실제로 고등학교 2학년 미술 시간에 제 자화상을 그린 적이 있었어요. 그 때 미술 선생님께서 하셨던 말씀이 기억나는데 사람은 자화상을 그릴 때 본인의 콤플렉스에 대해서는 좀 더 과장되고 왜곡되게 그리는 습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자신을 정말 제대로 표현하는 자화상을 그리기는 그만큼 쉽지 않다는 것이지요.

저는 저의 결점을 콤플렉스를 감추거나 축소하지 않는 저의 장점을 확대하지도 않는 있는 그대로의 정확한 저의 모습을 그리고 싶습니다. 그래야만 저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가능하겠지요?

12. 이제 졸업반이신데, 올해의 계획이 있다면?

대학생이 아니면 하기 힘든 일들을 하고 싶어요. 졸업을 하고는 군복무(간호장교)를 이행해야 하고 이행 뒤에는 대학원을 가든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든 간에 본격적으로 사회에 진출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남은 일년이 제게는 정말 소중한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의 본분인 공부는 기본적으로 충실하며 나머지 시간들에는 다양한 활동을 해보고 싶습니다. 우선 일학년 때 들어가려다가 마음을 접었던 학교 수영동아리에 가입하고 열심히 활동하고 싶습니다.

또 귀찮아서 미뤄뒀던 영어 공부를 정말 즐기면서 하고 싶어요. 어릴 때부터 회화중심의 영어공부를 해왔기에 영어공부에 대해서는 별다른 거부감이나 부담감은 없습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쉬었던 영어회화를 다시 해보고 싶어요. 그와 함께 유학 혹은 대학원에서 필요할 영어 성적 증명 시험을 준비하려고 해요.

너무 많은 목표를 세우는 것도 별로 좋지 않기에 이렇게 크게 두 가지만 세우고 싶네요. 그리고 방학 때에는 통계와 컴퓨터를 배우고 싶어요. 졸업할 때쯤이 가까워져서 느낀 건데 통계와 기본적인 컴퓨터 능력은 정보화 시대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 필수적인 능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장되게 표현하자면 저는 그런 면에서 시대에 도태되다 못해 생존의 위협마저 느꼈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이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언급했던 많은 일들을 할 시간을 제외하고 남는 시간에는 독서로 채우고 싶습니다. 분야를 가리지 않는 독서를 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연애를 다시 시작하고 싶어요. 이건 순전히 제 의지대로만 되는 일이 아니니, 행운을 빌어야 할까요?

13.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텐데요, 석우씨에게 있어서 그 길을 가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이나요?

시를 하나 들려주고 싶네요. 저의 부족한 설명보다는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가는 길
                                                               도종환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은 없다

다만 내가 처음 가는 길일뿐이다
누구도 앞서 가지 않은 길은 없다

오랫동안 가지 않은 길이 있을 뿐이다

두려워 말아라 두려워하였지만

많은 이들이 결국 이 길을 갔다

죽음에 이르는 길조차도
자기 전 생애를 끌고 넘은 이들이 있다

순탄하기만 한 길은 길 아니다
낯설고 절박한 세계에 닿아서 길인 것이다


14. 마지막으로 자신의 선택에 확신과 용기가 필요한 이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릴께요.

저는 ‘용기를 가져라’라는 말 보다 ‘두려움을 없애라’는 표현이 더 맞다 생각합니다.
제 글을 보는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이겠지요. 혹시나 제 글을 읽으시고는 무엇인가 조금이나마 마음의 동요가 있음을 느끼신 분은 지금이 바로 인생의 터닝포인트라고 생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영화인 ‘냉정과 열정 사이’에 나오는 대사 중에 “난 과거를 되돌아볼 것이 아니라, 미래에 대해 기대만 할 것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려고 해.”라는 말을 언제나 기억합니다.

과거를 뒤돌아보며 후회하거나 미래에 대한 기대로 김칫국부터 마시는 게 솔직한 우리들의 모습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은 곧 현재에 대한 자신감의 결여로부터 비롯된 것일테지요. 현재를 열심히 살아가고자 하는 우리의 노력이 용기의 출발이지 않나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 유니멘토 인터뷰팀 2009년 4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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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명 : 늦지 말라, 그리고 졸지 말라.